그 많던 티셔츠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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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붉은 응원 티셔츠를 입은 붉은악마 응원단의 모습


2010년 6월 우리는 뜨거웠던 여름을 보냈다.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 속에서 울고 웃으며 한국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런 축제 속에서 기업들이 주도하는 월드컵 응원 문화를 바꾸어보고 ‘한국 승리’라는 구호에만 매몰되는 응원전에서 더 나아가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의도로 ‘티셔츠의 기적’이라는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이 캠페인은 포유엔포미와 KT, 아름다운가게가 함께 하여 2010년 6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캠페인으로, 우리의 열정이 묻어 있는 붉은 티셔츠를 제3세계의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월드컵 정신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자는 캠페인이었다.
 

저는 기적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 블로거에 의해서 이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주씨는 “이 캠페인 걱정된다. 주는 쪽의 좋은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자선행위’의 결과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티셔츠 원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프리카 어떤 지역에서 체온을 보호할 티셔츠마저 구하지 못할 만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 긴급구조를 요청한 것인가?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쏟아져 들어간 막대한 물량의 붉은 티셔츠는 어떻게 될까? 현지에서 활동하는 NGO를 통해서 무상으로 배분된다면 정말로 그 곳 아이들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까? 특정 지역에 전달된 막대한 물량의 티셔츠 때문에 도리어 그 지역에서 티셔츠를 만들거나 판매하는 소상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닐까? 수 톤에 이르는 티셔츠를 아프리카로 보내는 데 드는 막대한 물류비용은 어떻게 감당하지?” 라는 질문으로 ‘티셔츠의 기적’이라는 캠페인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현주씨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1. 막대한 물량의 티셔츠를 무료로 배포하면 아프리카 현지의 헌 옷, 섬유 관련 영세 비즈니스에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다.
2. Korea 파이팅과 같은 특정국가의 정체성이 새겨진 티셔츠를 해외 구호 물품으로 보내는 것이 윤리적, 문화적으로 옳은가?
3. 아프리카 현지의 수요를 파악하지 않고 ‘주는 사람’의 편의만을 고려한 기부다.
 
기부 + 알파운동을 하고 있는 ODA Watch의 NA팀은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에 대한 위의 의문들을 가지고, 이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캠페인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올바른 기부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함께 알아 본다.


Red shirts, make a better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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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포유앤포미의 "티셔츠의 기적" 포스터


이 ‘티셔츠의 기적’은 포유엔포미라는 4명의 청년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청년들은 4년마다 반복되는 월드컵 속에서 낭비되는 티셔츠를 어떻게 하면 좋은 일에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그래,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보내자! 그럼 이렇게 낭비되는 많은 티셔츠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무런 기반이 없었기에 우선 홈페이지를 만들고 캠페인 기획안을 만들어 NGO, 기업, 언론에게 보냈다.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하는 NGO에게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무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이 캠페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거의 듣지 못했고, 심지어 자기 단체의 이름을 쓰는 조건으로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차츰 언론 쪽에서 연락이 오고 인터뷰와 기사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결국에는 아름다운 가게와 KT가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캠페인이 되었다.

처음에 이 청년들이 목표한 것은 3만장 정도의 티셔츠를 모아 직접 아프리카로 가서 TV나 신문을 통해서 봤던 헐벗은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캠페인을 관리하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그렇게 캠페인을 끝나고 보니깐 25만장 정도의 티셔츠가 모였다. 티셔츠의 배분은 해외 봉사활동을 가는 단기 봉사팀이나 NGO 등을 통해 전달하였다. ODA Watch가 1년이 지난 2011년 9월에 만나 확인한 결과, 단기 봉사팀 200~300개 팀을 활용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로 배분을 했고 5만장 정도가 남아 그 티셔츠는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개인 사업가에게 배분을 요청한 상태였다.


 캠페인의 시작   

 낭비되는 티셔츠를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전달해보자.
 기업이 주도하는 월드컵 문화를 바꾸어보자.

 티셔츠를 모으다

 6~7월 두 달 동안 25만장의 티셔츠를 모음.
 (KT와 아름다운가게 참여)

 배분 방식

 해외 단기 봉사팀을 이용해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지역으로 배분.
 한 팀 당 3,000천장 이상 가져갈 수 없고, 선교 목적으로는 안됨.

 배분 결과

 2011년 9월까지 25만장 배분완료.
 20만장은 단기봉사팀을 통해서 배분.
 5만장은 아프리카 개인 사업가를 통해서 배분.
 하지만 최종 배분 결과 보고서는 없는 상태임.



캠페인을 주최한 포유엔포미에게 몇 가지 의문점이 든다. 우선,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에 KT라는 대기업이 참가하게 되면서 포유엔포미가 내걸었던 기존 취지(월드컵 응원 문화가 이미지 홍보를 하려는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분위기를 바꾸어보자)와는 다소 멀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두 번째로, 아프리카로 가서 헐벗은 아이들에게 직접 티셔츠를 전달하겠다는 원래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고, 단기봉사팀을 이용해 티셔츠를 배분했다. 하지만 과연 단기봉사팀이 간 지역이 티셔츠가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지역일까? 티셔츠 한 장이 선물은 될 수 있겠지만 현지인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건은 아닐 것이다.

세 번째로, 티셔츠 배분의 문제이다. 포유엔포미는 한 곳으로 많은 티셔츠가 배분된다면 지역의 소상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 팀 당 3,000장 이상 나누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팀 당 제한을 둔 것이지 지역은 제한을 둔 것이 아니다. 그리고 5만장이 남아 개인적으로 아는 사업가에게 티셔츠를 배분하도록 부탁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개인 사업가가 5만장이나 되는 티셔츠를 아프리카에 직접 배분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 사업가가 선의로 오지를 찾아 다니면서 배분 했을까? 

네 번째로, 배분이 끝났고 캠페인이 종료되었는데도 아직까지 그 티셔츠의 배분과 관련된 결과보고가 없어 여러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처음 목표한 헐벗은 아이들에게 티셔츠가 정말로 배분되었는지, 그리고 그 티셔츠가 그들에게 기적을 일으켰는지 묻고 싶다. 다음 월드컵을 기다리며 또 다른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이번 캠페인을 통해 티셔츠의 기적은 일어났는가? 기적이 일어났다면 누구를 위한 기적인가?
 

5,000만 붉은 T셔츠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보내자! 그 생각이 olleh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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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엔포미가 처음 목표했던 티셔츠 3만장이 25만장으로 늘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KT가 이 캠페인에 참가하였기 때문이다. KT는 티셔츠를 모으기 위해 유명 연예인과 인지도 있는 인사들이 나오는 TV광고를 제작하고, 티셔츠를 기부 받기 위해 전국의 2,900여 개 되는 KT 쿡매장을 제공했고, 티셔츠를 보관할 창고도 제공하였다.

이 캠페인에 참가하게 된 KT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KT의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팀으로 연락을 했지만, 실제로 이 캠페인을 담당한 부서는 온라인마케팅팀이었다.

온라인마케팅팀에게 KT가 이 캠페인에 참가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KT는 축구국가대표 공식후원사로서 월드컵의 마무리를 좀 더 의미 있게 하고, olleh의 정신을 담아보자는 의미에서 이 캠페인에 참가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이런 캠페인 제안이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함께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KT는 이번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을 사회공헌이 아닌 월드컵 마케팅으로서 활용하였다. 즉, 나눔보다는 자신들의 홍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KT의 티셔츠 마케팅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효과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눔이라는 사회적 공헌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미흡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KT가 참여함으로써 캠페인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지적할 수 있다.
 

아름다운 가게와 포유엔포미가 만드는 레드티셔츠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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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아름다운가게의 "티셔츠의 여행" 포스터


이번 캠페인의 또 다른 참여단체로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중고 가게(Second-handed Shop)를 운영하고 있고, 월드컵 기간 또는 이후 계속해서 붉은 티셔츠가 기부되는 상황에서 티셔츠를 재활용 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포유엔포미의 연락을 받게 되었고, 여러 가지 우려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참가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아름다운 가게는 몇 가지 윤리원칙을 가지고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윤리원칙은 1. 수혜자가 티셔츠의 붉은 색깔과 문구에 거부감이 없어야 된다. 2. 수혜자가 원해야 전달한다. 3. 개인 전달은 하지 않는다. 4. 티셔츠 전달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파트너 단체를 통해 현지조사를 한 다음 배분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최종적으로 3만장의 티셔츠를 7~8개월 걸쳐서 배분을 했고 배분 내역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이 캠페인을 담당한 관계자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티셔츠와 같은 현물 배분은 필요하며, 문제를 최소화한다면 가능성 있는 방식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티셔츠를 기부하는 기부자들의 책임이 함께 한다면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아름다운가게는 포유엔포미 청년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 서로가 가진 윤리원칙에 대해서 차이가 났다. 아름다운가게는 소량이라도 제대로 배분하는 게 좋다고 보았고, 포유엔포미는 일단은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현지에서 티셔츠를 무상으로 배분하는지, 일정 금액을 받고 파는지에 대한 문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결국 아름다운가게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현지의 수요를 조사한 다음에 배분을 했다. 이처럼 캠페인에 참여한 단체가 배분에 대한 윤리원칙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 원칙을 캠페인 전체에 적용하지 못한 것은 아름다운가게의 책임으로 남는다.
 

잘 아시는 분이 담당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 당시 길거리에서 홍보를 했던 한 대학생 광고동아리가 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축제를 즐기면서 봉사도 해보자는 취지로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에 참가하였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 광화문 일대로 나가 프리허그를 하면서 캠페인 홍보를 했다. 그렇게 홍보도 하면서 약 4,000 장 되는 티셔츠를 모았고, 대학생이라는 한계와 제한된 인원을 가지고 캠페인을 했기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다는 점이 있었지만, 이들 역시 선의에 의해서 캠페인에 참가했다. 하지만 캠페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홍보해서 모은 티셔츠가 어디로 갔는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고 있었고 단순히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담당을 했으니 잘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티셔츠를 기부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리에서 직접 티셔츠를 모으고 홍보한 사람들마저 티셔츠의 행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생 한번 오는 성탄절 선물이었다.
 
티셔츠를 현지에서 배분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베트남의 한 NGO가 티셔츠를 받아 배분하였고 앞에서 지적한 3가지 의문점에 대해서 답변을 부탁했다.
 
1. 막대한 물량의 티셔츠를 무료로 배포하면 현지의 헌 옷, 섬유 관련 영세비지니스에 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베트남에 보내진 옷은 막대한 물량이 아니라 현지 비즈니스(골짜기 마을에 이런 것이 있을까 의심스럽기는 하지만)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2. Korea 파이팅 식의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해외에 구호 물품으로 보내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옳을까요?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좋아하고 동경해서 문법적으로 맞지 않더라도 한글(혹은 한글 비슷한 것)이 쓰여진 물건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질이 좋으면서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글이 적힌 옷을 입는 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더 행복해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국주의적으로 한국이 이들을 통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로나 혹은 이들의 마음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하고 그럴듯하게 보여서 그들한테서 뭔가를 얻으려고(빼앗으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윤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아무 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아프리카나 아시아와 같은 현지의 수요를 파악하지도 않고 단순히 '주는 사람'의 편의만을 고려한 기부가 아닐까요?
-저희는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현지의 수요를 파악하고 전달해 주었습니다. 주는 사람의 편의만을 고려했다면 비가 와서 움푹 패었고 꼬불꼬불 비포장 된 길을 30시간이나 걸려서 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 옷 하나가 꼭 필요했습니다. 평생 한번 오는 성탄절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티셔츠를 나누어 주는 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사례로 라오스에 있는 청소년센터에서 일했던 관계자의 이야기이다.
 
- 어떻게 티셔츠를 받게 되었고, 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2010년 10월 한국청소년단체의 단기봉사활동 팀으로부터 3~4박스의 붉은 티셔츠를 받았습니다. 봉사활동팀이 지역아이들에게 티셔츠를 직접 나누어주는 것 보다 센터에서 알아서 잘 배분해주면 좋겠다고 요청 받았습니다. 기부 받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단기봉사활동팀이 활동한 근처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대표로 티셔츠를 증정 받는 모습을 찍었고, 이 후 저와 센터의 스텝들은 이 티셔츠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논 했습니다.

센터는 아이들에게 물품을 공짜로 나누어 주는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센터가 개최해온 바자회를 통해 티셔츠를 팔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부 받은 티셔츠를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은 안 된다고 해서 결국 나중에 축구단을 만들게 되면 유니폼으로 쓰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축구단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티셔츠는 아직 그대로 창고에 보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 이번 기부를 통해 느꼈던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선 저희 센터에 온 티셔츠는 센터나 지역 아이들이 요청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가 원해서 온 것이 아니고, 티셔츠를 준 쪽에서도 이걸 정확히 누구에게, 어떤 목적과 기준, 방법으로 나누어주라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증정 받은 이 티셔츠를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센터가 위치한 지역에서 티셔츠를 구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시장에서 2달러면 티셔츠를 살 수 있습니다. 사실 어려운 집 아이들에게는 얇은 반팔 티셔츠보다도 점퍼나 겉옷, 교복이 필요하지 티셔츠가 없어 헐벗고 다니는 아이들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티셔츠를 공짜로 나누어 주는 것이 청소년센터의 기본 운영 방향과 정신에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센터가 그 동안 해온 것처럼 바자회를 통해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팔고 그 수익금을 초등학교에 기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티셔츠를 통해 수익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해서 티셔츠를 배분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티셔츠를 하나씩 공짜로 갖게 해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별 생각이 없는 아이들을 굳이 불러 모아 똑같은 빨간색 티셔츠를 손에 쥐어주는 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캠페인, 1MillionShirts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이 ‘1MillionShirts’라는 캠페인은 한국에서 진행된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온라인 홍보회사를 다니던 제이슨 샌들러(Jason Sandler)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남는 티셔츠가 생기자 이를 좋은 일에 써보자는 마음으로 티셔츠 모으기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100만장의 헌 옷을 모아 아프리카로 보내자는 내용으로 시작 된 이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홍보되면서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Good Intentions are not enough).’라는 토론이 벌어지게 된다. 안 입게 된 옷, 가방, 신발 등을 기부하는 것이 진짜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빈곤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효과적인 원조와 기부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무수한 글과 코멘트가 쌓였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국제개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선진국 NGO실무자, 학계 전문가가 토론에 참여하게 되었다. 결국 토론을 통해 ‘아프리카에 100만장의 티셔츠를 보내는 것은 그 지역의 빈곤한 사람들에게 득보다 해가 되는 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고, 캠페인을 주최한 ‘1MillionShirts’ 측에서는 캠페인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캠페인을 시작한 제이슨 샌들러는 자신은 그냥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런 반향으로 인해 자신에게는 ‘세상에 눈을 뜬(eye-opening)’ 경험이라고 말하였고, 홈페이지에 ‘듣고, 배우고, 바꾼 이야기(Listening, Learning and Shifting Focus)’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Listening, Learning and Shifting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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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illionShirts 에 캠페인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통해 우리가 하려던 일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백만장의 티셔츠를 아프리카로 보낸다면 이는 이롭기보다는 해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이 캠페인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부에 대한 바른 관점을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른(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자세하게, 제대로 알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런 자료를 찾기 어렵습니다. 제가 그런 자료를 직접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제가 그에 대해 배운 것들을 (이전의 저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기 부 받은 티셔츠는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선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을 지원하는 일종의 매개체로 쓰겠습니다. 티셔츠와 함께 기부해주신 돈도 더 이상 티셔츠를 어딘가로 보내는 데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런 화물 운송은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입니다. 기부금은 우물이나 학교, 집을 짓는데 사용될 것입니다. 이 돈을 기부할 지역을 곧 결정할 것입니다. 이 돈은 구체적인 지역에서, 적절한 때에, 구체적인 내용으로만 쓰일 것입니다.

기 부 받은 100만장의 티셔츠를 어떻게 사용할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티셔츠를 아프리카에 대량으로 보내는 대신, 긴급 구호 상황에서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보관할 것입니다. 또 (외국으로 보내는 대신) 미국 내의 노숙자 쉼터 등에서 쓰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을 것이고, 헌 옷을 이용한 사업을 하는 단체를 찾아 그 수익으로, 우리의 원래 목적이었던, 아프리카의 빈곤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 리가 처음에 세웠던 뜻을 가다듬고, 이 캠페인이 적절한 방향을 찾아나가도록 하는 데 우리가 가진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이 캠페인이 궁극적으로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을 찾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단지 선한 의도만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이 캠페인을 통해 다른, 더 나은 결과들을 만들어 내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습니다.


출처: http://1millionshirts.org/blog/listening-learning-and-shifting-focus/




동상이몽(同床異夢), 누구를 위한 기부인가?
 
‘티 셔츠의 기적’에 참가한 단체나 개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티셔츠가 낭비되고 있고 이것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된다는 공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을 시작한 포유엔포미는 아무런 현지 조사나 사후 결과에 대한 예상 없이 캠페인을 진행했고, KT의 경우 월드컵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이 기부를 접근하다 보니 기부에 대한 고민보다는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되어버렸다. 아름다운가게 역시, 나름대로의 윤리원칙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 원칙을 캠페인 전체에 적용시키지는 못했다.

티 셔츠를 낸 사람들, 티셔츠를 모으기 위해 홍보 한 사람들, 티셔츠를 현지에 전달한 사람들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선의로 했지만,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티셔츠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 이 캠페인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기부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다. 기부란 주는 사람의 선의와 받는 사람의 필요가 함께 할 때 그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필요 없다고 그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나눔이 아니다. 또한 반드시 선의가 선행을 낳는 것은 아니며 선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부단히 고민하고 행동해야 된다. 이번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은 다 같은 잠자리에서 한껏 낮잠에 취했지만, 모두의 꿈은 달랐다. 그리고 정작 함께 잠을 자고 꿈꾸어야 될 현지인들은 깨어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입었던 티셔츠를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것 보다, 우리의 열정과 땀이 묻어 있는 티셔츠를 4년 뒤에도 한 번 더 입는 것으로 한국축구대표팀의 월드컵 기적을 기원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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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 알파란?
 
기 부는 기부 + 알파이다. + 알파란 단지 무엇인가를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묻는 것’이다. ‘한 번 더 묻는다는 것‘은 내가 기부한 돈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내가 기부한 돈이 혹시 독이 되지는 않았는지? 내가 기부한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아직 쓰지 않았다면 어떻게 쓸 것인지? 내가 기부한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돈을 기부하는 것 말고 더 도울 일은 없는지? 등을 함께 묻는 것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1-10-31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NA팀



*참고자료 & 웹사이트


김현주씨 블로그, 붉은 악마 ‘티셔츠의 기적’,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 http://www.povertymatters.net/5289981
1millionshirts 홈페이지
   - http://1millionshirts.org/

*관련기사

OWL 44호 "붉은 악마 ‘티셔츠의 기적’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 http://www.odawatch.net/6365#0
OWL 57호 "‘기부 플러스 알파 운동을’을 시작하며"
   - http://www.odawatch.net/?mid=articlesth&page=2&document_srl=1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