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ODA Watch 집중워크숍 '개발을 넘어 발전을 이야기하다' 참가후기


 01.JPG
▲ 1강 강의를 하고 있는 ODA Watch 한재광 대표   ⓒODA Watch


국제개발협력의 이름으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프로젝트들이 점점 무분별하게 나타나고, 우리는 그 문제점들에 대해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시선과 지식이 필요했다. ODA Watch가 주최한 이번 집중워크숍에 참여하면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어떻게 바라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배우고 싶었다. 한편, 국제개발협력에서 내 최대의 고민은 ‘물’ 즉 ‘사회’ 였다. 우리는 흔히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나의 의문은 ‘아무리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면 뭐하리요, 물이 깨끗하지 않는데……’ 였다. 때문에 국제개발협력은 ‘개발’ 안에만 갇혀 진정한 ‘발전’을 이루어가지 못하는 정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이번 강의가 이런 고민과 질문에 답과 해결책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한 마음과 동시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강의장을 찾았다.  

이번 워크숍의 주제인 ‘개발을 넘어 발전을 이야기하다’ 를 처음 보자마자 먼저 든 생각은 ‘개발’과 ‘발전’, 이 두 단어의 의미 차이가 뭔지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었다. 궁금한 마음에 얼른 사전을 찾아 보았다. 

‘개발’- 무엇인가를 보다 쓸모 있거나 향상된 상태로 변화시키는 행위 
‘발전’-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감

이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얼핏 비슷한 듯 보이지만, 그 의미가 사용되는 맥락은 엄연히 달랐다. ‘발전’은 ‘개발’보다 더 전체적이며, 근본적인, 그리고 지향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발전을 이야기하는가?: development 개념의 의미와 역사적 전개과정

ODA Watch 한재광 대표의 첫 번째 강의는 ‘Development’ 개념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통해 ‘발전’을 다양한 측면에서 통찰하고 반성하며 동시에 미래의 방향성을 올바로 세워나갈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있었다. development에 대한 논의는 계몽주의 사상, 식민주의, 냉전 시대 이 세 가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시작되고 전개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세 가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development의 개념은 유럽이 보편적이고 좋은 사회라는 유럽중심주의와 불평등, 갈등의 개념을 희미하게 만드는 비정치화, 전문그룹에 의해 수행되는 권위주의(신탁통치)라는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눈 여겨 볼 것은 즉각적이거나 보편화된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d’evelopment와 정치적 개입으로서의 ‘D’evelopment의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눌 수 있고, 지금의 국제개발협력은 대부분 산업화 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D’evelopment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고민에 있어서 ‘비정치화’와 ‘d’evelopment는 일맥상통하였고 굉장히 공감이 갔다. ’왜 그들이 가난해졌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망각한 채 ‘D’evelopment 접근으로 표면적인 문제만을 끌어안으며 단기적인 프로젝트의 사업들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국제개발협력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물론 ‘D’evelopment도 필요하지만 ‘d’evelopment와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목적과 수단이 조화를 이루어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바로 ‘발전’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 첫 번째 강의를 통해 나와 비슷한 고민 즉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사실, 국제개발협력 ‘사회’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스스로 문제를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나?’ 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건 해야만 하는 고민이었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의심치 않게 되었다. 


인권의 눈으로 본 발전: 사람을 꽃피우는 발전으로 

두 번째 강의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조효제 교수가 인권과 발전을 주제로 진행했다. 인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특징 그리고 원칙을 배우고, 이를 ‘발전’ 개념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통상적으로 인권은 ‘권리’의 측면에서 법이나 제도에 근거해 어떤 것을 요구할 자격을 일컫는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인권은 ‘도덕적으로 옳고 정당하다’의 의미 또한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와 함께 인권은 보편적이고, 이성과 양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본질적 욕구이자 차별 없이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원칙이 있다. 

국제개발협력이 변화하는 흐름 가운데서도 인권이 적용될 수 있다. 최근 들어 현지 직원이나 주민들이 프로젝트를 무조건 감사하다고 받기보다는 점점 그들의 요구사항과 의견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귀찮고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권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변화는 그들도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변화의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이며, 또한 인권의 개념과 같이 ‘도덕적으로 옳고 정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강의 중에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백 번 시행하는 것보다 인권의 안대를 쓰고 의식적으로 실천하려는 자세가 더욱 더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한 사람, 그리고 국가의 진정한 잠재력이 피어 오를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다. 현지인들과 함께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인권’은 정말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얀마에서 6개월 정도에 있었을 당시, 은연중에 현지인들의 요구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불편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과 사회의 올바른 변화이자 권리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과거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고, 권리와 변화를 보여주었던 현지인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앞으로 현지에 나가게 된다면 ‘인권’의 태도를 항상 기억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환경의 눈으로 본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모순 

세 번째 시간은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김소연 교수의 환경과 발전에 대한 강의였다. 대규모 개발의 결과로 환경이 파괴되고, 이로 인해 삶이 더욱 더 궁핍해진 동남아시아 메콩 지역의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며,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동남아시아에서 대형자원 및 인프라 개발사업으로 진행되는 경제특구, 팜 오일 생산, 수력발전 등은 흔히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로만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 환경과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집이 철거되어 주민들은 쫓겨나고, 지역 내에 분쟁을 발생시킨다. 또한 사업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할 현지인들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으며 식민지 시대와 방법만 다를 뿐 자원수탈이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는 이와 같은 사례들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줄 수 있을까?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무엇이 정말 지속가능해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있을까? 또,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이 말하는 미래 세대와 현대 세대의 필요에서 과연 ‘필요’를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이 떠오르는데, 아마 이보다 더 많은 질문들이 있을 것이다. 과거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에 비해 더욱 분절화되고 많아진 목표들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강의에서 지적한 대로 그 원점은 ‘존엄’이 되어야 하며, 우리는 목표를 많이 나누고 분절화하기 전에 먼저 ‘존엄한’ 발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다.’ 이 말이 우리가 필연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행동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국제개발협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모금, 캠페인, 홍보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빈곤은 계속해서 심해지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국제개발협력에서 우리는 한 번쯤 원점으로 돌아가 쉬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쉬어 간다는 것은 나태해지거나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국제개발협력이 무엇 때문에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나부터 ‘왜 국제개발협력을 하려고 하는지?’를 돌아보아야겠다. 


노동의 눈으로 본 발전: 노동은 발전의 수단인가 목적인가? 

세 번째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장대업 교수의 강의는 노동과 발전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개발과정에 필연적으로 ‘노동’이 들어가지만, 우리는 여태까지 ‘노동’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개발은 ‘노동의 희생’을 당연하게 요구함으로써 인간에게 적대적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간과해 온 것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붕괴사건과 같이 한 국가의 단위를 넘어서는 초국적 노동레짐으로 인한 산업참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제 노동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강의에 따르면 노동을 대하는 태도에는 네 가지가 있다. 노동에 대해 아예 말하지 않거나, 노동과 개발을 분리하여 개발의 수혜로 생각하거나 노동을 발전의 수단으로 보는 것, 그리고 노동을 발전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노동을 이용하고, 개발이라는 목적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초국적 노동레짐은 현지의 노동이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 문제를 다시금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사실, 노동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낯선 개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노동은 현지의 아이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대개 부모의 노동과 아이의 노동은 연결되는데, ‘초국적 노동레짐’=‘초국적 빈곤 대물림’의 공식이 떠올랐다. 빈곤의 악순환을 이어주는 사슬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의 희생’=’아이들의 희생’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한 순간 낯설게만 느껴졌던 노동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반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빈곤은 먼 곳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지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온다. 조금만 다르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보면 한 사람과 지역, 나아가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출발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02.JPG
▲5강 강의를 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   ⓒODA Watch


빈곤의 눈으로 본 발전: 나는 빈곤문제의 외부에 있는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최근 공동체의 형태나 기부의 방법이 더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빈곤이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 이 문제의 출발점은 먼저 나를 빈곤과 분리시킨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빈자와 나를 분리시키고 이분법화하며, 빈자에게 책무를 강요하면서 연대가 아닌 와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빈곤이 분리된 상황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먼저, 기부와 나눔이 너무 가벼워졌다. 물론 이러한 기회가 많아지고 접근하기도 좀 더 쉬워졌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부와 나눔은 그만큼 타자화된 누군가에게 가볍게 행해지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변질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빈자에게 도덕적 책무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사업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빈자가 해야 할 책무들이 따르게 되고, 이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는 명분 아래 또 다른 강요와 보이지 않은 폭력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왜 그들은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워야 하며 또한 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야만 하냐는 문제이다. 이 또한 빈자에게서 분리된 타자가 자기 식대로 빈자를 억압하는 강요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빈자에서 분리된 반 빈곤 개입에 대해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이며,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원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임파워먼트를 넘어 ‘연대’라는 소중한 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에서 ‘사회’에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은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육’은 흔치 않게 강요적이지 않으며 존엄과 정의를 지키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육’ 또한 방식에 따라서는 누군가에게 강요가 되며, 심지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임파워먼트에서 멈추지 않고, 연대로까지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불편함 속에서 다시 생각하는 ‘발전’의 의미

사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었다. 되려 더 어렵고 복잡해졌고, 무엇보다 내가 관심 있고 몸 담은 일에 대해서는 좀 더 불편해진 것 같다. 평소 생각하지 못한, 그리고 고민해보지도 못한 것들이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불편해진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국제개발협력에서 쉽게 간과되지만 꼭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알게 되었고, 그 문제들에 대해 직면할 수 있는 동기를 얻게 된 것이다. 또한 나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이번 워크숍으로 평소 늘 고민해왔던 국제개발협력 대한 접근에 있어서 많은 부분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 특히 ‘발전’의 의미를 ‘인권’, ‘환경’, ‘노동’, ‘빈곤’ 등 다양한 이슈들과 맞물려 바라보는 과정에서, 여태껏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들, ‘인권의 정의’, ‘노동의 인지’, ‘연대’ 등을 발견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데에 작은 실마리들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뎌지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현지인들과 연대하여 개발을 넘어 전체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꿈을 품어 본다.  



기사 입력 일자: 2016-08-30

 

작성: 한은지 글로벌호프 인턴 / gksdmswl45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