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개발협력 '책무성소위원회' 설립을 제안한다


지난 7월 15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서 통과한 대외원조 투명성과 책무성법(Foreign Aid 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 Act, 이하 투명성ㆍ책무성법)에 사인했다.  2011년 10월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5년 여간의 과정을 거친 후 이제 그 최종 결실을 앞두고 있다. 언론보도들에 따르면 향후 미국 정부는 원조투명성과 효과성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원조사업의 목표와 성과 측정 및 모니터링 평가와 대중에 대한 원조정보 제공의 내용을 담은 초기관적 가이드라인을 구성해야 한다. 세계 최대 원조공여국인 미국 원조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원조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정부는 2016년 1월을 기점으로 국제원조투명성기구(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 이하 IATI)에 가입했고 지난 8월 원조정보와 관련한 13개 항목을 정부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IATI 가입은 수년 전부터 ODA Watch를 비롯한 한국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사항이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예상보다 빨리 결실을 맺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8월 초 실행한 정부의 첫 공개에 대해 '공개항목의 부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논평을 발표해 문제를 제기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판단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모니터링과 평가, 성과관리 제도의 강화를 통해 원조 책무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2009년 출범한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 평가소위원회는 평가시스템 개선을 위한 작업을,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 등의 원조시행기관은 사업과 정책에 대한 평가 및 성과관리 관련 작업을 해왔다. 일단 한국 원조의 책무성 제고를 위한 외형적 틀은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파트너 국가들에서 수행된 ODA 사업에 대한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 ODA의 책임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한국 ODA의 철학, 이념, 성격, 윤리, 문화 등 근본적인 부분과 그에 기반한 제도와 정책, 조직 등 실행적 부분에 대한 깊은 토론과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투명성과 책무성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ODA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제도와 정책 그리고 활동들이 있다. ODA Watch는 투명성과 책무성을 통합적으로 책임질 법적, 조직적 정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먼저 현재 국제개발협력 기본법(이하 기본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투명성과 책무성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기본법은 평가, 통계, 정보 등을 주제로 조직, 실행방법 등을 언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본법 제13조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평가)와 제18조 (국제개발협력 통계자료)는 평가와 통계자료를 다루고 있고, 제5조 (국가 등의 책무) 4항은 "국가 등은 국제개발협력의 제공 및 제공된 국제개발협력의 활용과정에서 투명성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시행령은 제11조 (평가의 기준 및 방법), 제12조 (평가소위원회), 제14조 (통계자료의 제출)에서 각각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제13조 (정보 공개)는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 보도자료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국민에게 공개한다."라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상에서 소개한 기본법과 시행령 내용에 투명성과 책무성을 강조해 조직 및 실행방법에 대한 내용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먼저 기본법 제5조 (국가등의 책무) 4항에 "국가 등은 국제개발협력의 제공 및 제공된 국제개발협력의 활용과정에서 투명성과 책무성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국가의 책무에 기존에 언급된 투명성 외에 책무성을 추가적으로 명기해야 한다. 그리고 제13조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평가)를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책무성)으로 개정하여 크게 평가를 포함하여 투명성과 책무성의 항목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현재 통계자료의 작성, 제출, 관리를 다루는 제18조 (국제개발협력 통계자료)의 내용도 책무성과 투명성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시행령도 평가기준, 방법을 기술하는 제11조 (평가의 기준 및 방법)에 투명성과 책무성 관련 내용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어야 한다. 제13조 (정보 공개)와 제14조 (통계자료의 제출)에서 역시 이 내용들이 투명성과 책무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행령 제12조 (평가소위원회)이다. 현재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투명성을 전담해 책임질 정부 조직이 없다. IATI와 관련한 업무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외교부, 기재부, KOICA, EDCF 등이 협의하고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 학계, 민간의 공식적인 참여는 없다. 반면 평가소위원회는 2009년 이후 학계, 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평가' 관련 사항만 다루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사회는 투명성과 책무성을 하나로 연계해 다룬다. 투명성과 책무성은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이하 부산총회) 결과물인 '부산 선언의 4대 원칙'으로 선정되면서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한 필수 이행 요건으로 강조됐다. ODA 자금원이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국민의 대리인(agent)으로서 주인(principal)인 국민에게 원조자금의 투명한 사용내역을 공개해 ‘책임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체제는 책무성과 관련한 '평가'와 투명성과 관련한 대표적인 정책인 'IATI' 관련 사항이 통합되지 못하고 분산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재 한국 국제개발협력 평가를 다루는 '평가소위원회'를 '책무성소위원회'로 확대 개편하여 IATI를 포함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투명성 이슈와 평가를 포함한 책무성 이슈를 모두 다루어야 한다.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 수정만으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투명성과 책무성이 담보될 수는 없다. 결국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성격과 철학이라는 본질적인 내용이 법, 제도, 정책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ODA Watch는 현재 한국 정부가 이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부가 IATI 가입과 평가제도 강화를 한국 국제개발협력 발전의 지표 같은 기능적인 수단만으로 활용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IATI 가입과 평가제도 강화를 통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무엇을 중시하고, 어디에 서 있는지' 깊게 성찰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투명성과 책무성은 국제개발협력의 본질과 관련한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6-08-30



작성: ODA Watch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