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에서 문래동까지, ODA Watch 공간의 변천사



2006년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국제위원회 산하에서 활동을 시작한 ODA Watch는 3년 뒤인 2009년부터 독립단체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정책 및 사업 감시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신생 단체로 등록해 꾸려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2009년 3월, ODA Watch가 독립적인 감시기구로 재탄생하게 되면서 사무국이 설치되었고, 이 시기부터 안정적인 공간 마련은 단체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공간’이라는 것이 함께 체험하고, 활동하며 역사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기에 유독 사람들과 부대끼며 활동하는 단체인 ODA Watch에게는 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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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독립한 ODA Watch의 첫 실무자였던 윤지영 팀장. 논현동 사무실에서의 근무 모습(2009년)


하지만 독립 후 바로 사무실을 마련하기엔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당시 인권단체로 활발히 활동했던 BASPIA(바스피아)의 도움과 배려로 바스피아의 논현동 사무실 한 켠에 책상을 하나 두고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단독 공간이 아니었고 잠시 기대어 지내었던 공간이기에 청년들이 모일 장소도, 회의실 사용에도 많은 제약이 따랐지만 독자적인 NGO로 시작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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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사무실 입구 모습(2010)



이후 딱 1년이 지난 2010년 3월에 드디어 단독 사무실을 구하게 되었다. 당시 활동했던 실행위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보증금을 마련했고, 사무국은 빠듯한 예산에 맞춰 사무실을 구해야 했기에 겨우내 발품을 팔았다. 그렇게 찾은 소담한 사무실의 주소는 “종로구 안국동 139-1번지 동신빌딩 503호” 로 ODA Watch의 본격적인 활동이 펼쳐진 역사적인 공간으로 소개할 수 있겠다. 1970년대에 지어져 무척 오래된 건물이긴 했지만 안국동 특유의 옛 정취와 잘 어우러진 건물이었고 찾기도 쉬워 활동에 최적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밤 8시만 되면 건물 출입구가 폐쇄되어 야근이나 저녁회의가 많던 우리 단체로서는 많은 불편이 따랐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조금만 늦장을 부리면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아저씨께 혼이 났고 8시만 되면 노트북을 들고 근처 카페에서 밀린 일을 하다 귀가하는 것이 허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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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사무국에서 열린 오픈하우스 파티 모습(2010)


그렇게 1년이 지나고 ODA Watch의 단독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자매기관인 (사)글로벌발전연구원 ReDI가 설립되어 안국동 사무실 한켠에 자리를 잡고 ReDI 활동을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2011년 3월 말경부터는 본격적인 ReDI 활동이 시작되어 두 기관은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두 곳 모두 넉넉지 않은 형편이기에 함께 공간을 나눠 쓰며 활동하는 것이 비용적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활동의 연계성을 두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좋겠다는 판단에 공동으로 함께 할 사무실을 찾게 된다. 서교동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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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e의 첫 공동 보금자리(2011)


따스한 봄 바람이 불던 2011년 5월, ODA Watch와 ReDI는 서교동 사무실로 알콩달콩 즐거운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젊음의 거리인 홍대입구역과 가까워 많은 단체의 청년들이 열광했으며 서교동 주택 단지 쪽에 위치했던 사무실인지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편안한 동네여서 금새 정을 붙일 수 있었다. 건물 1층엔 북카페가 있어 가끔 기분전환 차 음료도 마시고, 회의도 하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고, 1층 카페 사장님과도 가깝게 지내서 이사를 하고 난지 한참이 지난 요즘도 사장님은 ODA Watch와 ReDI 식구들이 카페를 방문하면 알아보시고는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정이 참 많은 동네였다. 하지만 정착한지 불과 1년이 조금 더 지난 2012년 8월경에 WaRe(ODA Watch와 ReDI를 함께 지칭하는 말)는 확장 이사를 하게 되었다. 번창해나가는 ReDI 덕에 조금 더 큰 공간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1년여간 정들었던 건물을 떠나는 것은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건너편에 위치한 큰 건물로 이사를 가게 되어 같은 서교동 내에서의 이동이었던 지라 단골 밥집, 카페 등은 언제든 갈 수 있어 당시 모두가 이사에 큰 이견이 없었다. 또, 그 동안 ODA Watch와 ReDI 사무실은 구분 없이 함께 오픈된 공간에서 지냈는데 새로 이사간 곳은 별도의 실로 구분되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게 2011년부터 2014년 8월 말까지 WaRe는 꽤 오랜 시간을 서교동에서 보냈다. 필자 또한 2012년도부터 ODA Watch의 실무자로 합류해 활동했기에 두 곳의 서교동 사무실에 많은 추억과 애증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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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서교동 사무실, ReDI와 분리된 ODA Watch만의 업무 공간



ReDI가 점차 더 커지고 인원이 늘면서 회의실도 부족하고, 업무 공간도 점점 더 여유가 없어지자 WaRe는 재계약을 앞두고 다시 한번 이사를 추진하게 된다. 조금 더 저렴하고 넓은 곳을 찾다 보니 한 정거장 뒤에 위치한 강 건너 당산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서교동에서의 생활이 무척 만족스러웠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당산동의 환경과 공간에 아쉬움이 있었다. 실제로 당산동 사무국은 회의실과 탕비실이 있어 공간이 넓고, 다양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었지만 건물 관리도 거의 되지 않고 ODA Watch 사무국 공간은 더 협소해져서 불편한 점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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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산동 새 사무실에서 WaRe의 단체사진



이렇게 ReDI와의 동거가 5년이 지난 현재, ODA Watch는 보다 더 넓은 의미의 시민 참여와 활동가들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서는 ReDI와 분리해 공간을 독립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올해 1월 내내 인터넷 부동산에 나와 있는 매물들을 살펴보고 발 품을 팔아 부동산도 다니면서 ODA Watch가 단독으로 얻는 2번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약 3주간 합정, 홍대, 대흥, 망원, 서대문 등을 찾아보았지만 가능한 예산에서 찾을 수 있는 매물이 많지 않았다.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한번만 가보자던 문래동에서 지금의 사무실을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 보증금도 높지 않고 월세도 서울에 위치한 건물치고 무척 싼 편이었다. 건물이 조금 낡고 손봐야 할 곳이 많아 보이긴 했지만 예산도 꼭 맞고 먼저 입주한 다른 층의 입주자들을 살펴보니 예술활동과 술집을 겸하는 한의사와 재즈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이 입주해 있어 이웃들과의 생활도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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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DA Watch의 새로운 공간, 리모델링 전(왼쪽)과 후(오른쪽)


몇 년 만에 새로이 공간을 얻는 만큼,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활동들을 알차게 채워나갈 공간인 만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고 꾸며보자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래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해 페인트칠, 장판 깔기, 청소, 비품 구입 등등 몇몇 실행위원과 활동가들과 함께 약 일주일간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다. 무척 고되고 긴 작업이었지만 함께 리모델링 작업을 해주거나,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지지자들이 넘쳐났기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과정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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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델링을 함께한 ODA Watch의 시민활동가들

(시계방향으로 조나연, 이화연, 송수니, 이지영, 송유림 활동가)


또한, 새로 사무실을 얻게 되니 이사비용이 만만치 않아 깊은 시름에 빠져 고민중일 때, ODA Watch 남종민 시민활동가가 ‘공간마련을 위한 소셜펀딩’을 기획해 목표액을 350만원으로 두고 약 2주간 모금 활동을 주도해주었다. 그 결과 펀딩을 비롯하여 물품지원(화이트보드, 분리수거함, 빔프로젝터, 온풍기, 간식 등)까지 더해 총 400여만원 가량이 모여 새 공간 마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10년간 활동을 이어온 ODA Watch의 저력과 회원들의 위대함을 새삼스레 알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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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공간마련을 위해 개설한 펀딩 사이트 화면


공간은 장소의 의미와 더불어 과정의 의미도 포함되었다는 문구를 읽어본 적이 있다. 이 말은 어쩌면 공간이 담고 있는 구조, 형태, 분위기, 장식, 가구 등을 통해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의 삶과 자아를 엿볼 수 있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어딘가 어설픈 붓질, 조금은 삐뚤어져 있는 책장,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날라온 부엉이 장식 등 ODA Watch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내며 공간을 찾은 모두가 혼자만의 힘이 아닌 함께하는 힘으로 만들어져 가는 조직이란 걸, 그 수고스러움을 기꺼이 감내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적어도 이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리고 지켜본 이들의 마음 속에는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새 사무실의 한쪽 벽에는 초록빛이 감도는 청록색으로 한 면을 모두 칠해두었다. 푸르고 짙은 청년들의 기운을 한데 모았다는 의미도 전달하고 싶고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청년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싶기도 해서이다. 청록의 힘을 믿으며 앞으로 문래동 사무국에서 꽃 피울 경험과 추억을 기대하고 싶다. 공간을 찾은 모두에게 커다란 의미로,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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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인트칠 후 포즈를 취하는 이유정 간사와 활동가들





기사 입력 일자: 2016-02-29





작성 : 이재원 ODA Watch 간사 / tony5j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