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양성과 직업전망

 

 

한 마디로 후끈했다. 5 13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양성과 직업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제26차 월례토크는 저녁 7시부터 시작해 쉬는 시간 없이 숨가쁘게 진행되었고,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10 30분에 종료되었다. OECD/DAC 가입을 계기로 한국 ODA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한 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이번 월례토크에 대한 참석자들의 기대가 여느 때보다 높아 보였다. 공간이 부족해 회의실 옆과 뒤에 서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석자들이 마지막 질의응답까지 알뜰히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다섯 분의 패널들도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 바라본 전문인재 상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양성의 현황과 실태에 대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김철희 박사의 발제가 있은 후, 정부, NGO, 개발컨설팅사와 학계를 각각 대표해 참석한 KOICA ODA교육원 박수영 반장, 월드비전의 이명신 해외사업본부장, 한국개발전략연구소의 전홍민 실장과 경희대 국제대학원 곽재성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42)focus (1).jpg 42)focus.jpg

 


좋은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선 개발 전문가 양성이 시급


김철희 박사는 한국이 OECD DAC 가입이라는 큰 변화를 계기로, 기존의 ODA 방식과 시스템이 그 변화를 읽어내어 커진 원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박사는 현재 ODA사업 예산은 증대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전문인력이 양적으로 부족해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실정을 설명하였다. 그는 또한 한국의 성장전략이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증가하는 국제사회 수요를 충족시키고 ODA 조달시장에서 경쟁력 키우기 위해 국제개발협력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국제개발 전문가라는 직업이 직업군 분류 중 기타에 포함될 정도로 직업 분류 및 개념 정리가 불충분하고, 전문가는 많지만 이를 전업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김철희박사는 효율성 제고를 위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컨설팅 산업을 정부가 나서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을 주장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와 프로그램의 개발, 커리어패스(career path) 관리와 전문인력 DB시스템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제시하였다.

 


분야별 전문성과 실무능력 갖춘 인재가 진짜 전문가


KOICA ODA 교육원의 박수영 반장은 ODA가 양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국제개발협력이 소위 뜨고 있는 블루오션임은 확실하나,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섹터/이슈별, 지역/국별 등 분야 별로 제대로 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고, 한국의 전문가들이 세부분야에 따라 명확히 분류되어 있지 않아 국제개발사업의 가장 기본인 CAS(Country Assistance Strategy)수립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이 문제는 사업수행시스템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사업 발굴, 심사, 기획, 조달 및 계약과 평가 등 각 단계 별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세부단계 별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따라서 사업별/섹터별 전문가 양성관련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계 및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확대하여 실무능력을 함께 갖춘 전문가 양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헌신성이 만드는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월드비전의 이명신 해외사업본부장은 먼저 국제개발에 뛰어든 선구자로서 참석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진정 이 길에 적합한 사람인지 생각하게끔 하는 진심 어린 제언을 하였다. 이 본부장은 국제개발전문가로서 NGO활동가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을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꼽았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므로, 오직 이런 자세를 가진 사람들만이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0년 전 한국사회에 낯설었던 사회복지 분야가 지금의 위치로 변화한 것처럼, 국제개발협력 분야도 앞으로 국내외적으로 일상화될 것이므로 참석자들이 개척자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컨설턴트 육성 통해 수급 불일치 해결해야


한국개발전략연구소의 전홍민 국제협력사업실장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현 국제개발 컨설턴트 현황에 대한 발제로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컨설팅에 있어 수원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며, 분야와 국가에 대한 지식이 함께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제개발은 돈을 지불하는 곳(공여국)과 서비스를 받는 곳(수원국)이 달라 수원국은 계속 서비스를 받고 싶은 유인에 끌려 서비스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데, 컨설턴트는 이 문제를 잘 다루는 일이 중요하다는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전실장은 국내 개발컨설턴트 수급 불일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시장의 유인기능 미약을 꼽았는데, 국내 컨설팅 전문가의 단가가 국제수준에 비해 2~5배나 낮아 우수한 청년인력을 끌어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조규모의 획기적인 증대에 따라 개발 컨설턴트의 전망은 밝지만 기초 학술연구의 확대, 시장유인기능의 활성화, 정책적 지원을 통해 국내 개발컨설팅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학술-실무 이원화 프로그램으로 전문가양성 시스템 구축

 

경희대 국제대학원의 곽재성 교수는 경희대학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학의 전문가 양성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곽교수는 경희대의 커리큘럼은 일반적인 전문가(generalist)가 아닌 전문지식과 해외지역 사정에 정통한 실효적 전문가(specialist) 양성을 목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소개하였다. 이는 학술-실무프로그램의 이원화 운영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학술전문성이 정규 교과수업으로 충족된다면, 실무전문성은 기능심화 과목, 해외연수 및 인턴십을 통해 갖추도록 했다는 것이 곽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양한 해외경험을 위한 외부지원의 안정적인 확보와 전임교수 채용에 있어 실무능력이 요구되는 학과의 특성과 논문 보유 개수를 중시하는 대학당국과의 의견차를 좁히는 일이 아직 해결과제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전공이 국제개발협력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개발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각 기관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 해야 하는지 등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참석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그러나 이 모든 질문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왜 개발전문가가 되려 하는가를 자문하는 일일 것이다. 국제개발을 선택한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이롭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 때, 각자가 서있는 위치에서 용기 있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패널들의 발제를 통해 한국에서 국제개발협력이 여러 영역에 걸쳐 촉망 받는 분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주제가 직업 전망과 전문가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제개발이 뜨는 블루오션이라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만 부각된 게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이제 막 국제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들이 막연한 국제개발이라는 이름의 허상에 끌려가지 않길 바라며, 이 분야에 뛰어들기 전 신중을 다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길 당부한다. 기본적으로 국제개발은 타인을 돕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자리를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분야 별 실무능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키우는데 정부뿐 아니라 학계, 시민사회, 개발컨설팅사 등 관련된 모든 이들이 힘써야 함이 분명해졌다. 원조의 양을 엄청나게 늘렸다면 이에 걸맞게 내용의 책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함이 당연하다. 이에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전문인력 배양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며, 최근 문을 연 KOICA ODA교육원이 그 설립목적에 맞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학계에서는 이론적 지식을 가르치는 동시에 졸업 후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 실무교육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앞으로 전문대학원뿐만 아니라 학부에서도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수업 수를 늘려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개발 전문가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NGO를 포함한 시민사회가 개발 전문가 양성에 필요한 시스템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관심을 가진 이들의 참여기회를 더욱 확대해 현장과 실무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이번 월례토크는 현재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현재 서있는 위치에서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며 자신의 나아갈 길을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발을 한 번 담궈볼까 고민중인 이들에게는 국제개발협력 전문가의 길이 자신이 후회 없이 걸을 자신이 있는 길인지 선택을 돕는 살아있는 가이드라인이 되었기를 바란다.

 



기사 입력 일자: 2010-06-01

 



작성: 박지영, ji_long_ee@naver.com / ODA Watch 청년단원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