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학에서 개발현장으로!!

 


국제개발학? 국제적으로 뭘 개발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국제개발학이지만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무렵만해도 생소한 학문이었다. 영국의 국제개발학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유학을 생각하던 그 시절, 남들처럼 나도 수많은 고민을 하였고, 3세계의 빈곤퇴치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공부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인권과 소득증대를 향상시키는 프로젝트 운영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나의 부족한 지식과 정보로는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가 있는지조차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당시 영국 옥스퍼드 국제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분과 맨체스터 대학교 동주 박사님 ( 산업연구원)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문의를 하였고, 국제개발학에 대한 귀한 조언과 함께 내 인생을 바꿀만한 답신이 나에게 전해졌다. 생소한 국제개발학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서 나의 입가엔 점점 환희로 가득 찼고, 마음은 이미 소크라테스처럼 유레카 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의 방향을 국제개발학의 길로 선택하게 되었다.

 


영국에서의 국제개발학, 새로운 도전과 성취의 시간

 

국제개발학이 주는 새로운 학문으로의 도전과 성취는 기대 이상이었다. 맨체스터 대학교 David Hulme 교수의 개발 정책과 빈곤에 대한 강의 종속이론부터 냉전체제를 거쳐 신자유주의에 이르기 까지 빈부의 역사와 힘의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세계농업경제학회 회장인 David Colman 강의는 식량경제뿐 아니라, 식량 무역까지 내 지식의 영역을 넓혀주었다. 강의실 안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보며,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에 나는 신기해 했고, 교수들의 현장 케이스 중심으로 이루어 지는 강의는 나를 이미 빈곤과 개발의 현장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대학의 경우 현장연구가 일주일간 있는데, 난 학과 친구들과 함께 브라질 아마존 강을 갔다. 4일 동안 아마존 강 일대에서 원주민들의 농업개발과 소득증대를 위한 바램과 도전을 보며 지역개발의 중심은 현지민의 자존감을 높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학교에서 얻어지는 지적 추구만이 나의 유학생활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개발NGOTearfund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G-8 대응 캠페인도 동참해 보았고, Fair trade 제품을 행사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으며, 여러 모금 행사에 아이디어와 행동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런 경험은 단지 사업과 개발정책에만 목적을 둔 나의 단조로운 사고방식에 국제개발 NGO의 여러 기능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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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학에 첫 발을 딛는 청년을 위하여

 

나에게 새로운 도전과 성취의 시간이었던 영국 유학 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는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는 분들을 돕고 싶었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분들이 똑같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 동안 여러 분들의 유학과 진로를 상담주해고 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나의 조언 한 글자 한 글자가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분들에게 귀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간을 내어서 성실히 답하려 노력하였고, 이 분야를 앞서 경험한 선배로써 나의 조언으로 인하여 많은 분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학교 입학허가서를 받고 개발학도로써 한 발짝 더 나가서는 모습을 보면 내심 보람도 느낀다.

 

생각해 보니, 이 분야에도 다양한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전을 품은 게 불과 7, 8년 전이야기 인 듯하다. 5년 전만해도 학부를 졸업하고 UN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국제개발학이라는 타이틀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제개발학의 세밀한 전공에 본인의 미래를 연결하려 하고 있다. 항상 받던 질문의 유형도 예전에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기초적인 질문이 주류였으나, 요즘 나의 메일함에 들어오는 질문들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정말 빈곤과 개발에 대해서 열정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깊이가 느껴진다. 내가 모르는 분야도 많고, 이러한 질문으로 인해 내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개발학에서 개발현장으로!!

 

나는 지금 한국에 있다. 굿피플이라는 국제개발 NGO의 해외 사업팀에서 일하고 있다. 영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수업시간에 생생히 배웠던 국제개발학의 다양한 분야들(농업, 경제개발을 비롯한 환경경영, 빈곤퇴치, 프로젝트 운영, 모니터와 평가)은 해외사업 팀에서 일하는 나에게 좋은 기반이 되어주었다.

 

유학을 다녀온 후 국제개발 NGO안에서 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우선, 사업의 타당성을 증명할 사업지 기초조사 양식을 만들어서 여러 사업장에 배부하였고, 그러한 기초자료들은 여러 개발사업을 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그리고 국제개발 인지강화 방안으로 마련한 굿피플 국제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생들에게 빈곤의 개념과 지역개발의 이해, 프로그램 운영까지 다양한 국제개발 이슈들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물론 책에서만 봐왔던 여러 개발사업들을 현장감 있게 전개해 보는 귀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지진피해지역 복구지원을 위해서 수마트라 섬에 출장을 가서 직접 끔직한 지진 피해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었으며, 필리핀의 아이따족을 위한 교육사업과 결핵 사업을 담당해 보기도 하였다. 때론, 여러 나라의 지부 등록과 신규 사업조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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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에서 태양광 설치 사업중                           ▲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지역 방문


이런 바쁜 NGO에서의 삶을 통해 많은 후원자들이 세계 빈곤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현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도움이 이어진다면 그 보다 더 귀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 한구석에는, 국제개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써 늘 필드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기에, 나도 언젠가는 필드에서 나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아이들과 영유아들을 위한 교육/보건 사업을 운영해 보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가슴 뜨거운 젊은 실무자의 고민

 

사실, 아직 외국 국제개발 NGO에 비하면 한국 NGO가 나가야 할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체계화 되지 않는 의사결정 시스템,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는 모니터링과 사업 평가기법들, 국제개발 NGO가 인종, 종교, 정치, 이념, 성별에 무게를 두지 않고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반해, 한국의 일부 단체들은 아직도 사업 전개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이유로 현지 정부와 긴밀하게 일을 진행하기도 하고, 홍보를 위한 영상제작을 위해 현지 아동 혹은 가정을 찾아서 영상을 확보하고도 일정한 사례 지급을 안 하거나, 혹은 지혜롭지 않게 지원금을 집행함으로 인해 현지에서 단체의 신뢰성을 잃어버리거나 마을주민들이 단체의 사업에 의존하는 현상도 일부 일어나고 있다.

 

현지에서 개발사업을 하는 개발단체는 사업을 함에 있어 열정을 가져야 한다. 그 열정 안에 뜨거운 사랑이 있어야 하고, 남들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현지에서 하나의 이방인에 불과하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사랑에 빚 진 자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자신의 가득한 선물 꾸러미 규모와 그 동원 능력에만 만족을 하고, 정작 도움을 받는 아이들의 필요와 그에 맞는 효과적인 전달에는 무관심한 나쁜 산타클로스 같은 경향이 있다. 나는 국제개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을 넓게 보고, 공의를 실천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접근해야 한다.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초심으로!!

 

많은 젊은 인재들이 국제개발학을 공부하며, 지구촌의 빈곤퇴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에 뛰어 들고 싶어한다. 무엇이 이들을 국제개발 분야에 뛰어들게 한 것일까? 남들이 단지 관심만을 보이는 빈곤퇴치에 열정을 가지고 직접 뛰어들어 행동으로 표출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개발사업을 하는데, 학문적 지식, 필드경험, 현지언어,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명심해야 할 점은 현지인을 섬기는 따뜻한 가슴과 사업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냉철한 머리와 우리가 하고 싶고, 하기 쉬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현지인들이 원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일괄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절망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국제개발학은 늘 매력 있는 학문이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빈곤을 우리의 노력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그 날을 그려본다.


기사 입력 일자: 2010-06-30




작성: 손정배, sjbccc@gmail.com / 굿피플 해외사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