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육포럼은 어떤 과제를 남겼는가?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세계교육포럼(World Education Forum, WEF)이 개최되었다. 이번 세계교육포럼은 1990년 좀티엔(태국), 2000년 다카(세네갈)에서 진행되었던 교육분야 개발협력 의제를 평가하고, 향후 15년 동안 전세계의 교육개발협력의 도전과제를 무엇으로 정하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회의 마지막에 인천선언(Incheon Declaration)이 채택되었다는 점 또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회의를 위하여 약 1500여명의 교육분야 정부대표단, 지도자, 그리고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총 약 3000여명이 본 행사 및 부대행사에 참여했다. UNESCO, UNICEF, World Bank 등의 주요 국제기구들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한국정부가 행사의 진행을 담당하였다. 2011년 원조효과성 논의를 위한 OECD 고위급회의가 부산에서 열린 이래,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하여 상당히 의미있는 행사였다고 보도되었다. 한국은 본회의에서 열린 특별 세션에서 한국교육발전경험을 제시했다. 그리고 각 교육분야의 정책기관에서 개최한 10여 개의 국제행사가 부대행사로 열렸다. 이를 기사화한 한국의 신문들은 세계교육포럼을 통하여 한국교육의 발전경험을 공유하고, 선진적 수준의 한국교육을 널리 홍보할 수 있었다고 전하였다. 마치 잘 준비된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교육이 멋지게 홍보된 계기로 세계교육포럼이 비춰지고 있다.


지속발전목표(SDGs)가 올해 9월 UN에서 채택되는 상황에서 세계교육포럼이 교육분야의 개발협력 목표만을 위하여 이렇게 커다란 회의를 진행하고, 별도의 개발목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한지 물을 수 있다. 어쩌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17개의 SDGs 중 4번째 목표로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교육분야 개발협력 의제는 다른 목표들에 비추어 특별한 것으로 비추어질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이 별도의 의제를 정하지 않고 SDGs의 4번째 목표인 “2030년까지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고 통합적이며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를 다시 강조하고, 해당 목표를 위한 7개 세부 과제와 전략을 확인한 것은 당연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의 구체적인 실천의제로서 교육의 과제를 논의하는 커다란 장으로서 세계교육포럼은 성과 측면에 있어서도, 그리고 이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여러 한계를 보였다. 이를 세 가지로, 즉 배경적 한계, 형식적 한계, 내용적 한계로 구분하여 제시해보자.


첫째, 배경적 한계. 전통적인 '모든 이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 옹호기관인 UNESCO-UNICEF 이외에 다양한 기관/단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참여한 것은 긍정적이나, 실제 의제 및 진행과정에 어떠한 영향력을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아래로부터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왔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실제 제기된 의제 및 문제가 충분히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실제 세계교육포럼을 준비하기 위한 논의가 아래로부터 상당한 기간을 두고 진행되어 왔지만, 이렇게 아래로부터 진행된 논의 내용은 SDGs의 4번째 목표에 일괄 맞춰지는 방식으로 사라져버렸다.


둘째, 행사진행의 형식적 한계. 행사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주관한 UNESCO 및 한국측의 준비가 지나치게 늦었다. 행사가 어떻게 조직되고, 어떤 내용이 논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이를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다양한 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게 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할만큼 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방식으로 회의가 준비되었다. 한국 정부의 경우에도 실제 행사의 성격이 어떻고 이에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한국측 대표단을 구성하는 방식 및 회의 준비과정에 시민사회단체를 어떻게 참여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실제 한국정부가 구성한 70여명의 대표단 중 세계교육포럼의 성격이나 내용, 의미에 대해서 무지한 경우가 많았다. 야외 전시장의 테마가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으로 한정되어 있어 정작 왜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고, 이마저도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단체가 참여함으로써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논의조차 부적절하게 제시되었다.


셋째,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한계. 우선 지난 15년 동안의 교육개발협력 논의 과정에 대한 진단이 적절하지 못했다. 교육은 학교교육접근의 기회로 좁게 개념화되었고, 경제성장 수단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효과성 진단 및 평가 경향이 강해졌다. 교육의 질적 수준의 문제는 곧 교수-학습 방법의 세련화 문제로 인식되어 학습성과에 대한 강조가 이어져, 향후 전세계적 ‘학업성취도테스트‘가 일반화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결국 성취된 결과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다. 또한 직업능력과 연계되어 구체적인 기술개발(Skill Development)에 대한 연계가 강조되었다. 마치 세계교육포럼에서는 이것이 교육분야 개발협력 의제의 상당한 ’발전‘으로 보고 있는듯하지만, 포괄적인 직업능력이 보다 구체적인 수준의 기술과 등급으로 구분되는 수준으로 좁혀지면서 교육의 범위를 좁혔다. 즉, ’어떤 기술 개발‘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에 머물면서도 이를 세분화하고 구분하는 것은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직업교육 및 훈련 분야에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수원국이 아닌 공여국의 의지와 영향이 크게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잔치로서의 세계교육포럼은 끝났다. 9월의 UN 회의를 통하여 SDGs가 결정되면, 여기서 결정된 목표들과 조율하여 교육분야 개발협력의제로서의 목표와 전략(EFA Framework for Actions)이 11월 UNESCO 총회에서 결정, 선포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15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논의해 온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의 목표가 조속히 결정되고, 전지구적인 개발 목표를 실현하고 이를 위한 도전과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토대이자 견인의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교육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보편적인 권리로서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닌 스스로의 성장과 선택의 폭을 확장하기 위하여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이 개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제성장의 수단으로서 인식되는 시각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회의에서 새삼 강조된 것은 교육의 양적 확대를 넘어 모든 이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교육의 기회는 평등하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영유아교육에서 시작되는 학습은 전 생애에 걸쳐 보장되어야 하는 것임을 새삼 강조했다. 단지 수사적인 표현으로서의 평생학습이 아닌, 매 순간 개개인의 학습경험이 갖는 질적 수준이 고려되는 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분야만큼 전문가가 많은 곳도 없고, 더불어 교육분야만큼 사업/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전문성이 검증되기 어려운 곳도 없다. 그만큼 교육분야 개발협력사업은 교육전문성과 밀접하면서도 오히려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분야와의 연계와 협력에 있어 교육이 갖는 기능을 고려할 때,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깊은 성찰은 보다 효과적인 사업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넷째, 교육분야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정부차원의 깊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 유무상 원조에서 교육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상원조 중 국내초청 장학금 비율이 높고, 교육분야 프로젝트 중 기자재 투입율이 높은 ICT와 직업기술훈련의 비중이 높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교육이 국가와 사회발전을 견인했다면서 한국교육의 발전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느 사업에서도 어떻게 이점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보여주는 것은 없다. 즉, 교육이 국가의 이념을 반영하고, 국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차원에서 활용되기 보다는 전지구적 교육문제를 인식하고 개발의 중요 토대로 작용할 수 있는 공교육제도지원 및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다섯째,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과 실천이 필요하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글로벌교육우선의제(GEFI)를 통해 강조된 세계시민교육이 이번 회의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되었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은 말하기 좋고 듣지 좋은 수사가 아닌 일상의 갈등과 긴장이 소통되고 중재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교육을 의미한다. 한국이 이 목표를 위한 기여를 하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작 앞으로 어떻게 참여하고 지원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와 관계가 세계시민교육적 입장에서 어떻게 변혁되어야 하는지 보다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이 요구된다.


여섯째, 국제개발협력의 교육적 가치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하나의 개발협력분야이기도 하지만, 모든 개발협력분야의 가치,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는 토대이며 또한 구체적인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동인이 된다. 또한 개발을 위한 개발협력 활동의 진전과 발전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스스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특정한 경험과 주장만으로 교육의 가치와 방향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교육은 가치지향적인 활동이 민주적이고 궁극적으로 정의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급진적이고 변혁적인 대화의 장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국제개발협력 자체가 교육적으로 읽혀야 하고, 또한 교육적으로 실천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기사 입력 일자: 2015-06-29




작성: 유성상,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sung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