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누구를 위한 원조인가?

자원외교와 ODA 국회토론회 "이권 중심의 한국 ODA, 이대로 괜찮은가"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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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토론회 당일, 패널간의 토론 진행 장면 ⓒ 더미래연구소

 

 

1.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자원외교”라고 하면 한 국가의 필요한 자원이 모자라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외교적인 수단을 발휘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그리고 ODA여기 OWL에서 그것을 다시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지만당연히 정부가 공적 예산을 통해 개도국의 발전을 위하여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뜻한다이렇게 두 용어의 개념을 살펴 볼 때도대체 이 두 가지를 같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과연 이러한 서로 다른 두 개념이 만나는 지점은 있는 것일까자원외교란 무엇보다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외교적 수단이다그렇다면 ODA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본래 ODA는 개도국 주민들의 인권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가그런데 만일 우리가 이 두 가지 개념을 한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면즉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그건 그 나라에 있어 적어도 어느 둘 중 하나가 잘못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에서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그러면 우리는 무언가 대한민국의 외교나ODA 정책을 걱정해야 할 일은 아닐까이러한 생각에서 볼 때한국의 자원외교와 ODA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어떤 정책 하나가 불만이어서가 아니라한국의 외교나 ODA 적어도 둘 중의 하나에 대한목적에 근거한 존재론적인 성찰이 될 것이다어떠한 행위가 본래의 목적을 잊고 있다면그것은 그 행위의 정체성과 존재 자체에 의문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지난 2015 6 25일에 열린 자원외교와 ODA 국회토론회는 그 주제부터 참으로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국가를 사랑하는그러기에 국가를 걱정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양영미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관행적으로 ODA를 해외 진출이나 자원 외교 등 대외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음을 지적하며 발제를 시작했다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심각한 문제다양 위원장이 첫 번째 근거로 제시한 문건은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산업자원부) 2007 8월에 작성한 ‘ 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이었다이 문서에서 정부는 “ODA 자금의 확대를 통한 해외자원개발 진출여건 조성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고 있다참여정부 말기에 수립된 이 계획은 당시에는 시행되지 못하다가이명박 정부 시절에 본격화되었다시민사회는 줄곧 대외 원조에 있어서 분절화(fragmentation)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해 왔는데산업자원부에서 ODA 연계 정책까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어떤 면에서는 정부 부처간의 협력이 긴밀히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양 위원장은 특히 한국 정부가 광물채굴권 계약 등에 대한 호의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상대 국가에 ODA를 주는 것을 넘어,광물 자원 탐사나 조사 사업 자체를 원조의 한 형태로 제공해 왔던 것을 지적하였다특히 이러한 광물 탐사 사업이 유상원조 분야 뿐만 아니라 KOICA에 의해 실시된 무상원조 분야에서도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기까지 하다공여국이 ODA를 통해 자원부국인 개도국의 탐사 여건 등을 도와 해당 국가의 경제적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그것이 공여국 정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전술한 바와 같이, ODA의 목적은 공여국의 이익에 있는 것이 아니라개도국의 발전과 인권 실현에 있기 때문이다양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와 ODA의 연관성에 집중하며, 2010년 선정된 26개 중점협력국에도 자원부국이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포털 사이트에 “자원외교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연관 검색어로 단번에 뜨는 검색어가 있다바로 “자원외교 비리이다언론을 통해 우리에게 이미 익히 알려진 CNK 사건이 카메룬이 중점협력국으로 지정되던 바로 같은 해인 2010년에 일어났다는 것은 대표적인 자원외교-비리-ODA 유착 사례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이러한 중점협력국 선정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자원외교그리고 비리에 대해 더 강조한 것은 ODA Watch 이태주 대표의 두 번째 발제였다.

중점협력국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보이지만특히 중고소득국(UMIC)에 해당하는 아제르바이잔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우리 국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정부는 경제협력 중점 대상 국가와 대외원조 중점 국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만일 그렇다면 이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은 지극히 무능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며또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그것을 알고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그것은 무능이 아니지만 부정(不正)이 될 것이다그렇다면 둘 중의 어떤 것이 사실이든이러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공무원과 행정부의 요원으로서는 그리 합당한 인물들이 아닐 것이다둘 중의 어떠한 경우에라도 말이다.

이어진 발제에서 에너지정책센터의 이강준 센터장은 EDCF 사업의 수혜자가 결국은 한국의 대기업이었음을 지적했다특히 라오스 세남노이 댐 건설의 사례를 통해 사업 발굴 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재환경영향평가 결과 부적절로 평가되었음에도 사업이 진행된 점소수민족에 대한 부적절한 이주 대책 등을 주요 문제로 제시하였다이 센터장은 특히 토론의 후속 발언에서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댐 개발은 재생 에너지 산업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EDCF 법 자체의 개정에 대한 필요성까지 제기하였다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사무국장은 정부의 정보 공개 차원에서 대외 원조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특히 수출입은행의 경우 공개된 정보의 내용은 대규모 예산이 투여된 사업들 보다는부패의 주요 내용으로 지목되던 업무추진비직원 초과근무수당상품권 구입 등 주요 원조 예산 집행 부분이 아닌 항목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함께 정보 공개의 제도적질적 개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향후 센터에서 대외 원조와 관련된 정보 공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의지를 나타내며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발제 이후의 토론은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외교부 및 국회 입법조사관의 순서로 이루어졌다하지만 그 중에서도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의 토론이 근거 있고 논리 있는 내용의 토론이 아니라 발제에 대한 변명과 해명 조였다는 것은비단 이날의 문제만은 아니지만안타까운 현실이었다그런 대답은 토론회가 아닌 청문회 등에나 어울리는 내용과 형식이기 때문이다일례로중점협력국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ODA Watch 이태주 대표의 발제 내용에 대해 국무조정실에서는 OECD 평균 중점협력국이 23.4개이기에 우리가 OECD 평균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답이었다물론 이 날의 주제는 아니었지만그렇게 필요할 때에는 OECD 평균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왜 GNI 대비 ODA 수준이라든가 원조의 질적 수준유무상 비율비구속성 비율 등에 관해서는 OECD 평균을 이야기할 때마다 외면해 왔는지도 설명할 수 있을까기획재정부에서는 정보공개에 대하여 협력대상국(필자 주국제개발기본법 상의 용어는 ‘수원국이 아닌 ‘협력대상국이기에그리고 평등한 파트너십의 입장에서 토론자의수원국’ 표현을 ‘협력대상국으로 바로 잡아 옮깁니다)의 동의 없이는 공개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면서 독일일본 등의 비공개를 예로 들었는데이들 나라 또한 유상원조에 대한 말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단골로 언급하는 나라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도대체 왜 GNI 대비 0.7%의 약속도 이행하며무상원조에 중점을 둔이른바 ‘원조 선진국의 예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걱정스러운 원조를 일삼고 있는 나라들만을 따라가려 하는지기획재정부는 좀 더 논리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국제사회에서 지탄받을 우려가 있는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그런 원조를 계속 이어 갈 생각이라면 말이다.

마지막 지정 토론자였던 유웅조 국회 입법조사관은 객관적으로 균형잡힌 시각으로 토론에 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이권이 개입될 경우협력대상국의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했다또한 중점협력국에 대해서도 무엇을 중점적으로 협력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을 예로 들며중점협력국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함을 지적함과 동시에 선정과정 등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 투명성 제고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 뜻 밖의 재미가 있었던 토론 현장

이날 토론회 과정 중예기치 못한 곳에서 뜻밖의 흥미로운 토론이 진행되었다일반적으로 우리는 시민사회와 정부 간의 토론회에서는 양측이 서로 각을 세우는 모습을 봐 왔고또 기대했을 것이다하지만 이 날의 날선 각은 뜻 밖의 곳인 정부 토론자들 사이에 있었다외교부의 윤상욱 개발정책과장은 토론자로 나서자신이 참사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진행되던 EDCF 사업의 선정경로와 입찰 등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없었음을 언급하며 서막을 열었다이어 윤과장은 2012년에 말리 정부로부터 받은 서한을 언급하며수출입은행이 유상원조 40%를 지키기 위해 최빈국들에게 지켜지지 않을 약속들을 남발했음을 지적했다당시 유상과 무상원조에 대한 비율이 이미 3:7로 합의를 이루어 가던 상황에서 EDCF는 개도국에 이미 유상원조에 대한 기공약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오늘과 같이 40%의 유상원조 비율을 지켜냈는데그 이면에는 최빈국에서 EDCF의 이러한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윤과장은 후속 발언에서도 그러한 사실들에 대한 증거물을 제시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는데수출입은행에서는 외교부가 이렇게 폭로성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함으로써 흥미가 고조되었다수출입은행이 지적사항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불쾌감을 표현했다는 것은 이미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수출입은행의 과오는 결국 이것이 기획재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우리 대한민국의 외교와 원조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윤과장은 또한 - 기획재정부에서 유상원조는 대부분 인프라 사업이라고 한 발언에 대한 이의 제기였는지 - 경제협력과 상관없는본래 무상원조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소액 금융이나 학교 건설 등의 사업을 EDCF가 진행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이는EDCF의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것으로 EDCF가 사양사업이 아닌가에 대한 의견도 피력하였다.

실제로 토론회에 함께 참가했던 사람으로서두 부처의 (게다가 우리는 이미 대외원조 문제에 있어서 두 부처의 앙숙 관계에 대해 이미 잘 알고짐작하고 있지 않은가!) 충돌은 일종의 재미를 주는 상황이기도 했다하지만 그 충돌의 내용은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디 가서 말하기 부끄러운 내용이었으며또한 더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분을 사기에도 충분한 내용이었다우리가 토론회에서 자원외교와 ODA를 연결시킨 것은 원조가 개도국의 발전이 아니라 (공여)국가의 이익을 위해 시행된다는 것에 대한 가슴 아픈 지적이었다하지만 위의 내용은 이제 원조가 국가의 이익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일개 부처의 - 예산 확보와 같은 - 이익을 위해서도 시행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인데원조 예산이란 본래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조성되는 것이 아닌가국민의 세금이 국가의 기본적 필요나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정부 부처의 지분 확보를 위해 사용되었다면이를 아는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ODA가 자원외교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볼 때 부끄러운 일이다그러나 그것이 국가 내의 어느 특정 집단을 위해 사용되었다면그것을 묵인하는 일은 옳은 것일까이를 그저 남의 싸움 구경하듯 흥미로운 일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들이 알고그것을 위한 시정의 노력을 정부에 요청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3.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서두에 언급하였듯이자원외교란 본래 자국의 국민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는 것이기에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그러나 ODA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다. ODA는 본래 공여국 자국의 이익이 첫 번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협력대상국인 개도국의 발전곧 개도국 모든 주민의 인권 실현을 첫 번째이자 유일한 목적으로 두어야 하며외교적 이익 등의 이른바 국익은 그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 효과로 기대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더욱 안 좋은 것은ODA가 그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자원외교와 공여국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시행되었을 때의 경우이며나아가 공여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비리성의 특혜까지 베풀며 시행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서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운 행태가 되고 말 것이다하지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한국의 ODA는 자원외교와 충분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자칫 위험한 이행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공론화할 수 있게 되었고이에 따라 대외 원조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시민사회의 더욱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 또한 확신하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 정부의 ODA는 이미 그 출발부터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지난 2014 3월에 열린 제 1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는 ‘지구촌 새마을운동’ 추진계획을 이야기하면서 그 비전을 “지구촌 행복시대를 여는 존경받는 세계 국가로 설정하였다( 1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안건, 12쪽 참조). 한국 ODA가 바라는 꿈이지구촌 모든 이들특히 빈곤 국가 주민들의 빈곤 퇴치를 포함한 인권의 충만한 실현이 아니라 자국이 존경받는 데에 있었다는 것을 협력대상국들인 개발도상국들이 알게 된다면그들은 과연 그 꿈을 공유할 수 있을까동의할 수 있을까더 나아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할 파트너로 바라볼 수는 있을까?

자원외교와 ODA는 애초에 그 개념도목적도대상도 다른 것이어야 한다그렇기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이러한 정책을 정하는 사람들은 그 다름과 정체성을 혼동하는 무능한 사람도아니면 그것을 알고도 특정한 이익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이들을 이용하는 부정한 사람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그리고 우리는 진정한 ODA의 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국제개발의 참 지향점은 무엇인지그리고 이를 위한 지구촌의 협력인 국제개발협력의 나아갈 길은 어디에 있는지를 늘 숙고하고 올바른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존경하는 Amartya Sen과 함께그리고 Nelson Mandela와 함께 진정한 개발은 자유의 확장이며 충만한 인권 실현의 과정임을 우리는 믿지 않는가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인권(Human Rights) 앞에서 이익(Interest)를 먼저 내세우는 무능한,혹은 부정한 정책 결정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참된 ‘선진’ 국민이 되기를 꿈꾸며흥미롭고 안타까웠던 토론회에 대한 회고를 마친다.

 

 

기자 입력 일자: 2015-07-29

 

 

작성민경일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augustine.min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