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제개발협력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말 OECD/DAC 가입을 전후로 국제협력기본법과 시행령이 제정되었으며, 언타이드화 로드맵이 마련되었으며, 통합평가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사항들은 지난 2008 OECD/DAC 특별심사 실사단이 권고했던 내용들이다. 이런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 가운데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평가관련 내용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없이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질적 발전은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ODA Watch는 현재 진행중인 한국 국제개발협력 평가의 현황과 주요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OECD/DAC 특별심사단은 2008 7월에 발간된한국특별검토(Special Review Korea)’ 보고서를 통해모니터링, 사후(ex-post)평가, 평가결과의 반영을 포함한 국제적 기준에 맞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평가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고, “책무성(accountability) 개선을 위한 정보공개도 언급하였다. 이러한 내용에 근거하여,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2009년 통합평가소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후 통합평가소위원회는 2010년 초 ‘통합평가지침’을 마련하였으며, 현재 3개의 시범통합평가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3개 시범 평가의 분야와 내용을 보면, 첫째는 국별 종합평가로 캄보디아 국별종합평가가 시행 중이다. 둘째로는 프로젝트평가로 유무상 연계사업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라오스와 네팔에서의 KOICA-EDCF연계사업을 평가하고 있다. 셋째로는 주제별 평가로 개발경험 전수로서의 새마을 운동에 대한 평가가 몽골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통합평가의 과정에는 외교부, 기재부, KOICA, EDCF, 총리실 등 평가주제 관련 부서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합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추진된 3개의 시범 통합평가는 추후 그 결과가 국회에 보고될 것이며, 이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평가관련 주요 지침으로 제도화될 전망이다. ‘시범성격을 지닌 금번 평가사업들은 성공적인 내용 외에도 부족한 점들 및 실패의 사례들도 빠짐없이 정리하여 교훈으로서 향후의 평가과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3개의시범통합평가외에도 2010년 한해 많은 평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초 통합평가소위원회에서 나온 ‘2010 ODA연간 통합평가계획을 보면 다양한 평가사업이 추진됨을 알 수 있다.  KOICA 5개 분야 7개의 평가사업을, EDCF 4개 분야 6개의 평가 사업을 수행한다. 이와 별도로 정부 내에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하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등 10개의 기관이 15개의 평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작업들을 통해 한국국제개발협력의 질적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평가작업들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 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어떠한가?  갈수록 사업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이 커져가는 개발NGO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시민사회가 평가에 대해 가지는 관심과 노력은 아직 미미한 듯 보인다.  해외원조단체협의회와 소수의 개발NGO에서 PCM(Project Cycle Monitoring), DME(Design, Monitoring, Evaluation) 등 개발사업관리 방법론에 대한 강의를 개최하고 관련 실무지침서를 발간하는 등의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체의 양적 성장과 이를 위한 홍보, 모금에 들이는 관심과 노력과 견주어 볼 때, 평가는 아직 개발NGO지도부의 관심을 끌기엔 낯선 분야이다. 평가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도 미약하다. 개발 NGO의 자체적인 평가를 제외하면 한국인권재단이 2007년 수행한 ‘ODA정책이 수원국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과 현재 ODA Watch가 진행중인라오스원조현장평가가 거의 유일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작업으로 보인다. 시민사회가 개발효과성의 기준으로 강조하고 있는 환경, 인권, 여성적 관점에서의 국제개발협력 평가작업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

 

그렇다면 선진적인 평가체제 구축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들이 수행되고 있는 현재 국제 사회에서의 평가관련 주요 이슈는 무엇일까? 최근 KOICA에서 발간된국제개발협력 2 OECD/DAC내에 구성된 원조평가 전문가그룹인 Evalunet이 논의하는 평가관련 7가지의 주요 이슈들을 소개 하고 있다. ‘파리선언 이행평가, 공동평가, 개발평가의 질적기준, 평가역량강화, 다자효과성평가, 분쟁방지 및 평화구축사업평가 그리고 예산지원사업(Budget support)이 그 내용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개발협력 관련부서들이 이제서야 평가지침을 제정하고 시범 통합평가를 수행하는 수준에 있는 것에 비하면 그 간극이 큼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가 작업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평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마도 한국사회에서 평가에 대한 인식은필요하지만 피하고 싶은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러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잘못을 밝혀내는 작업에서  발전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정부기관 뿐 아니라 개발NGO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계적인 평가시스템을 가진 NGO에 대한 후원자와 파트너들의 신뢰성이 제고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평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기관장과 관리자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평가가 없이는 지식에 기반한 학습조직이 될 수 없으며 사업 개선도 불가능하다.

 

둘째, 평가결과의 실질적 반영체제 마련이 필요하다.  그간 KOICA EDCF를 중심으로 수 많은 평가작업이 진행 되었다. 이 작업들을 통해 많은 정책적 개선사항이 권고되었다. 그러나 과연 개선권고 사항들이 실제로는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까?  수 많은 평가작업을 통해 제안된 사항들이 보고서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평가결과의 실질적인 정책 반영에 대한 기관장 및 관리자들의 관심과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 향후 ODA Watch는 평가결과 반영 여부에 대한 책임성 보고서(accountability report)를 만들 계획이다.

 

셋째, 평가체계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히 전문성과 통합적 평가를 위한 관리 체계의 구성이 중요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평가관련 작업들이 여러 이유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도 있다. 이는 기관의 전문성 및 전문인력의 부족과 통합적관리 체계의 미비 때문일 것이다.  2006년 이후 KOICA 사업평가실의 평가 외주용역에 참여한 기관은 약 20개 뿐이라고 한다. 다양한 평가를 실시하기에는 전문기관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개발협력 일반과 특정분야 및 평가에 대한 지식과 경험 등 국제개발협력 평가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갖춘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성은 하루 아침에 확보 되는 것이 아니기에 꾸준한 노력과 이를 지지해주는 관리자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가체계의 발전에 필요한 통합적관리 체계는 매우 중요하다. 국가지원전략(Country Assistance Strategy) 수립단계에서부터 평가를 위한 기준이 포함 되어야 하며, 각 단위 사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평가 방법과 지표에 대한 내용이 통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다양한 평가 기준의 개발과 독립적인 평가 주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활용되는 국제개발협력 평가의 기준은 OECD/DAC 5대 기준이다.  타당성, 효율성, 효과성, 영향력, 지속가능성이 그것이다.  KOICA는 최근 이에 더하여 크로스 커팅이슈인 양성평등과, 환경을 평가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5대 기준에 익숙한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기준의 적용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인권 등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점차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정부, 개발컨설팅기관 및 학교, 연구소 외에 평가분야에 대한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와 시장과는 다른 관점을 가진 시민사회가 대안적인 방식과 내용으로 평가작업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보다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개발의 성과를 가져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및 관련기관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지지 그리고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작업을 통한성찰적인 발전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예산과 자원을 낭비하며 스스로 자만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평가에 대한 모든 관계자들의 정책적 관심과 개선노력 및 냉철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기사 작성 일자: 2010-08-02



작성: 한재광, hanlight@hanmail.net / ODA Watch 사무국장